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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시가 되고 나서야,
31일로 날짜가 바뀌고 나서야,
좀 실감이 나는 것 같다.
내 20대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아주 치명적인 사실. 현실.

뭐 어쩔 수 없지, 웃어넘기려는 찰나.
갑작스럽게 강렬한 불안감이 엄습하더니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째깍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일이 되면 째깍 째깍 째깍 쾅!!! 터져버리는 걸까?


우리 젊은 날의 마지막 여행법

소울
      
S o u l  T r i p
트립


장연정


서른이 되어도, 어차피 나는 많이 변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
나잇값 제대로 못하는 삶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고,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타고난 불안과 외로움과 나태와 예민함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

열 살 때도 스무 살 때도 그랬듯이, 모든 것은 다 지나간 뒤에야
제대로 보인다는 사실.
늘 여행의 끝에 다다라서야 떠나왔던 이유를 깨닫게 되듯이.

그러니 지금부터 너무 엄숙해지지 말자.

그저 스물아홉 다음엔 서른.
거기까지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래. 거기까지만 생각하면 되는 거야.
스물아홉 다음엔 서른, 혹은 스물열살. 큭.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20대.
토닥토닥 해주고싶고.
꼭 끌어안아주고싶네.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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